자율주행 주차로봇이 낡은 규제에 가로막혀 상용화에 애를 먹고 있다. 정부가 주차로봇을 위한 별도의 규제를 신설하지 않고
기존 기계식 주차장 법규에 억지로 끼워 맞춰 관리감독하기로 해서다.
민간에선 정부가 로봇을 활용한 물류산업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로봇 시대에 걸 맞는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주차로봇을 개발·제조하는 민간 기업은 정부의 더딘 규제 정비로 시름하고 있다.
연구·개발 단계를 지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주차로봇이 기존 기계식 주차장치의 안전기준
및 검사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받게 돼서다.
주차로봇은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해 사람을 대신해 주차를 대신해주는 것이다.
일종의 로봇을 활용한 발레파킹(대리주차)이다. 주차로봇은 차량이 올라오면 위치를 인식해 자동으로 주차 공간으로 옮긴다.
입차부터 출차까지 전 과정에 무인주차 시스템이 적용된다. 좁은 주차 공간으로 인근 차량에 흠집을 내는
이른바 '문 콕 사고' 위험이 없는 데다 사람이 직접 주차했을 때에 비해 동일 공간에
30% 이상 더 많은 차량 주차가 가능해진다. 공회전 낭비를 줄이고 도시 환경 개선도 가능해진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차로봇 관련 규제샌드박스 기간 종료와 함께 기계식 주차장치의
안전기준 및 검사기준의 주차장치 종류에 지능형 주차장치 항목을 추가했다.
지능형 주차장치는 주차로봇에 의해 자율적으로 자동차를 이동해 주차하도록 설계한 주차장치로 정의했다.
이에 따라 주차로봇 관련 기업이 난감해 하는 건 입출고 시간에 대한 규정이다.
기존 기계식 주차장치의 안전기준 및 검사기준에 따르면 주차장치에 수용할 수 있는
자동차를 모두 입고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이를 모두 출고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각각 2시간 이내여야 한다.
주차장 운영자가 무분별하게 주차장의 면수 증가를 하지 않도록 한 방지 차원이다.
주차로봇의 경우 이런 입출고 시간 제한의 의미가 사실상 없는 데다 충족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차로봇 관련 새로운 법안이 생길 줄 알았는데 기계식 주차장 법안을 따르도록 했다"며
"새로운 산업의 특성 탓에 여전히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파편화된 규제의 영향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좋은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고 싶어도 단계마다 '규제 장벽'을 절감하고 있다"며
"관련 규정을 정비하거나 새로 만들 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관련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현실성 있는 제도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할 미래 전략 산업 중 하나로 로봇 부문을 꼽고 있다.
이미 주요 국가 사이에선 로봇 기술 패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각국 정부는 로봇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혁에 집중하고 있다.
이전 규제에 발목 잡혀 기술 육성과 상용화를 가로막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다.
로봇산업은 새로운 기술인만큼 기술과 상품성을 동시에 검증하는 게 쉽지는 않다.
전문가들이 포지티브 규제보다 네거티브 규제를 요구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제도가 새롭게 등장하는 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부각되면서 각 부처마다
관련 이슈와 어젠다 설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도 "정작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규제 정비와 산재한 제도 통합 등의 시급한 현안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